[손안의 화원]의 뒷얘기

열사병 걸린게 이찬이였을 경우

본편에선 그 짓 해놓고 열사병도 안 걸렸던 과한 건강함

당연하다는 듯이 밧줄에 포박된 이찬이가 그 안에서....아악!


"악!"


유괴범한테 납치된 듯한 이찬이가 더위로 땀에 푹 절어선 헤롱헤롱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왠지 옆에서 좌절하고 있던 예준이도 숨을 삼켰고, 나는 일단 비슷한 일 겪어봤으니 상대적으로 침착하게 재갈부터 풀, 풀어줬, 안 풀려!


"이, 이이..이, 이찬, 이찬이가아아...!!"


급해서 뜀틀 단을 마구 던져버리고 이찬이를 매트 위에 눕혔다. 어느새 가위 가져온 예준이가 차분하게 매듭을 잘랐고, 나는 이번에야말로 재갈을 풀어줬다. 눈은 뜨고 있다. 숨도 쉬고 있다. 제대로 의식은 있는데 몸을 못 가누는 듯 하다. 이찬이 들춰업고 샤워실로 뛰어갔다. 이런 이벤트를 바란건 아니었는데!


***


"이찬아. '이제부터 셀프 본디지는 안 하겠습니다', 따라해봐."

"...이제부터.... 근데 별로 심각한 일 아니었어! 자기가 잘 몰라서 그래. 자기가 방해하지만 않았어도 잘 탈출해서 방에 갔을거란 말이야. 근데 자기도 너무한다, 그런걸 보통 차려진 밥상이라고 하지 않아? 나를 홀랑 잡아먹어도 됐는데!"

"....."

"허억, 하아, 하아, 자기 화난거 처음봐, 섹시해...!"


한시간째다.

원래가 섹스를 무슨 스포츠처럼 즐기는 이찬이였지만은, BDSM까지 익스트림 스포츠처럼 도전하면 곤란하다. 저번에 교장선생님한테 추천장 받고 수퇘지 뭐...프로젝트에 가담하느라 한 번 갇혀봤던 이찬이는, 하필 갇히는 것에 눈을 떴던 것이다.

보통 자위라 하면 수음을 하겠지만, 이찬이는 스스로의 몸을 포박하고 뜀틀 안으로 들어가 몇십분이고 납치된 기분에 빠져 있었다. 그게 이찬이의 자위행위다. 이해할 수 없는 건 둘째치고, 이 날씨에 그러면 위험하지!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는 이 아기돼지를 어쩌면 좋을까. 늘어진 애 찬물 끼얹고 물먹이고 옷 갈아입히고 내 방 침대에 눕힌다고 나는 기력 다 써서 기절하기 직전이다. 그렇지만 내 말 하나도 이해 못 한 이찬이를 위해 처음부터 설명해야겠다.


"이찬이 죽을뻔했거든! 처음부터 이찬이가 준비도 제대로 안 하고 위험한 플레이를 한 게 잘못,"

"안 위험했다니까! 자기 되게 몰라준다!"


위험했다. 위험했다고오...!


"왜 혼자 하려 했던거야. 나한테 말해줬으면 얼마든지 묶어서 가둬줄 수 있었는데."

"좀 창피해서... 에헤헤...."


머쓱하게 웃는 이찬이가 귀여우면서도 정신이 아득해질만큼 답이 없음을 느낀다.


“이찬이가 이 이상 더 창피할 수 있는거였어? 생각해보면 이찬이는 처음부터 너무 무모했어, 이찬이가 다치면 이찬이뿐만 아니라 내 마음도,”
“자, 자기야!! 기왕 다 젖은거 우리 다 같이 계곡가서 놀까?”

이찬이한테 찬물 끼얹으며 내가 손 너무 떨었던지라 나나 죄없이 휘말린 예준이까지도 푹 젖었었다. 그래도 내가 이찬이한테 잔소리 하는동안 다 말랐으니까, 그게 계곡에 갈 이유는 되지 못한다.

“이찬아....”
“아니면 자기 방에 놀러갈까? 자기야 이제 화 좀 풀고 좀...”
“매트 위에서 무릎꿇어, 바닥에서 꿇으면 무릎 다치니까!”

이찬이가 안일하게 대답하는걸 보아하니 지금까지의 내 걱정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다시 말해줘야 한다.

"아까도 말했지만 내가 발견 못 했으면 어쩔뻔,"
“나머지는 방에 가서 듣는게 어떠하오. 체육관도 문을 닫아야 하니.”

어쩐지 조금 질린 표정으로 예준이가 내 어깨를 흔들었다. 체육관은 원래 밤까지 열어놓지 않던가. 하지만 뭐, 나보다는 예준이가 잘 알겠지. 어쩔 수 없이 자세를 낮췄다.

“이찬이 업혀.”

그리하여 이찬이를 업고 방으로 갔다만은, 대책없는 나의 아기돼지는 반성 하나도 안 해서 내 목을 꼬옥 껴안고 이렇게 말했다.

"근데 자기야, 따먹어줬으면 좋았을걸."


.....사랑하니까 포기하지 않아. 다시 처음부터...!


"이찬이가!"

"저기..."


예준이가 슬쩍 내 팔을 건드리고, 난처함과 지루함이 동시에 엿보이는 기색으로 물었다.


"아까부터 모르는 말이 많아서 이해가 잘 안 가오만, 듣기로는 묶어서 가두는게 좋은 일인 것처럼 말하는 것 같소."

"아. 예준이는 모르겠구나."


더위먹은 아기돼지가 워낙 기가 막힌 논리를 구사하길래 잠시 잊고 있었다. 이 사건의 어처구니 없는 진상을 말해줘야겠지.


"나도 처음엔 이해 안 갔어. 어떻게 된거냐면."

"울 쟈기는 새디스트라 섹스할 때 마다 상대방을 묶어놔야 흥분하거든! 감당 못 하면 꺼져!"

"역시...!"

"뭐가 역시야아아?!"


이찬이가 늘상 하는 빈 말을 예준이가 0.1초만에 받아들이고 안색이 새파래졌다. 그게 그렇게 쉽게 납득할 수 있는 말인가. 내가 지금까지 진정한 로맨티스트가 되기 위해 해왔던 그 노력들은 다 뭐가 되고 내 아기고양이들은 항상 내가 변태라는 명제만 빠르게 이해하는지! 아악!


"아니야 예준아! 나는 묶어서 흥분하는게 아니라,"

"거짓말하지 않아도 되오. 어차피 귀공이 소인을 벽에다 박아놓았을 때부터 대강 어림짐작 하고 있었던터라..."

"아니, 오해야 그거!"

"벽에다 뭘 해? 자세히 말해봐!"

"그건...말하기엔 좀...."

"자기 뭐했어! 나도 그렇게 해줘!"


지금은 이찬이가 자신의 무모한 행위를 반성하는 시간이 되었어야 했건만! 이찬이는 내 서랍 열어서 밧줄을 모조리 꺼내다가 기세좋게 옷부터 벗는거다. 죽다 살아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흥분하는 나의 아기돼지를 보고있자니 기분이 착잡해진다. 이렇게까지 혈기왕성할 일인가. 몸에 밧줄자국 사라질 날 없게 하는데도 욕구불만이라니. 혹시 내가... 만족을 못 시키고 있던게 아닐까...? 


"...알았어. 이찬이는 몸으로 설득해야 되는구나."


이찬이를 말로 설득시키려 했다니 나도 참 바보같은 짓을 했다. 잔소리 해봤자 이찬이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그렇다면 제대로 묶어 사랑해서, 욕구불만도 해결하고, 다시는 셀프 본디지같은 위험한거 할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하면 된다. 그렇지만 조건이 있다.


"대신 따라해봐. '이제부터 셀프 본디지는 안 하겠습니다'."

"아 자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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